능력곡선과 비용직선

 

카네기는 “기업은 사람이다”라고 했다. 한국인의 신바람도 인간이 천지간 중심핵이 되는 존재로서 같이 느끼고 서로의 마음이 합쳐질 때 솟아나는 초인적인 힘이었다. 현대 기업의 조직을 움직이는 주체는 자본도, 기계설비도 아닌 사람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오늘날 새로운 경영자원으로 대두되고 있는 기술, 기업문화도 종업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감안할 때 기업경영의 성패는 오로지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어느 기업이건 경영전략 중에 인재육성의 비중이 가장 크며, 경영자는 종업원의 능력이 무한히 증가하여 회사 이익에 보다 많이 기여하기를 원한다. ‘어떻게 하면 종업원들의 능력을 빨리 신장시켜 회사에 대한 이익의 기여폭을 크게 할 수 있을까?’에 골몰하게 된다.
종업원이 회사 이익의 실현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도 따지고 보면 투입산출의 경제성 원리가 철저하게 적용된다. 투입은 급여, 보너스, 후생복지 등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산출은 종업원의 능력과 의욕의 정도에 따라 나타나는 생산량이나 매출액과 같은 것으로서 가능한 적은 투자로 높은 업적을 내려는 것이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전자를 종업원에 대한 비용선, 후자를 종업원에 의한 능력선이라고 해두자. 이 두 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혹은 처해진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어떤 연관성을 갖고 움직이는지를 흥미있게 관찰해 보았다. 포항제철이 86년 미국의 USX와 합작한 현지 법인인 UPI(USS-POSCO INDUSTRIES)에 부사장으로 부임하여 이 회사의 중역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점을 연구해 볼 수 있었다. UPI에서의 경영활동은 68년 포항제철 창설과 함께 입사해서 주로 인력관리 업무를 맡아온 필자에겐 두 선의 변화법칙을 미국과 한국기업의 경우를 대비해서 관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반적으로 종업원의 능력은 자기개발 노력과 회사교육이라는 두 가지 방법에 의해서 신장된다. 미국 기업은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회사에서 시키는 산업교육이 적은 편이다. 최근에는 산업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확대하는 추세에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식의 차이가 크다. 미국 기업의 종업원들은 입사 때부터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회사 이익에 보탬이 되어야만 해고당하지 않고 근무할 수 있다. 잉여인력이란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철저한 능력주의 풍토다. 즉, 자신의 노력에 의해 능력신장을 하지 못하면 견딜 수 없는 것이 한국 기업 사회와 다른 점이다. 미국기업의 인력관리는 인재육성 차원보다는 가능한 종업원에 대한 비용(임금, 보너스, 교육투자 등)을 적게 하는 정책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종업원이 입사 시부터 바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회사 이익에 기여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신입사원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제 몫을 할 수 있다고 여긴다. 처음에는 사람에 대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점차 능력을 신장시켜 일정한 시점에 가서야 회사 이익에 기여한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영자에게는 신입사원이 회사 이익에 기여하는 시점을 얼마만큼 빨리 앞당기느냐가 인력관리의 포인트다.

제1차 BEP(능력, 비용의 균형점)를 가능한 빨리 도래케 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다. 따라서 신입사원의 조기 전력화를 위해 많은 산업교육을 시키고 있고 이 산업교육을 매우 중요시한다. 아예 교육을 위한 여유인력을 확보해 두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당초보다 몇 년 빠르게 조정된 BEP로 나타나게 된다.
한 마디로 한국 기업은 능력신장 조기화 전략을, 미국 기업은 비용 최소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다른 점이 아닌가 싶다. 한국기업과 미국기업의 근로자들이 이야기하는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의 의미도 매우 다르다.
한국의 근로자들에겐 자동차 사고나 작업장에서의 안전사고가 없기를 바라는 ‘오늘도 무사히’이고 미국의 근로자들에겐 해고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오늘도 무사히’이다. 미국 근로자들에게는 ‘종신고용제’니 ‘생애직장’이니 하는 것이 없다. 우리는 여기서 이러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법칙을 정리해낼 수 있다. 결국 한국 기업의 사람에 대한 비용은 능력신장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되어 있는 직선이나 미국기업은 능력에 따라 차등이 심한 곡선현상이라는 법칙이다. 이 관계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미국 기업에서의 비용곡선은 능력곡선에 따라 움직이므로 두 선은 만나지 않고 항상 능력곡선이 상회해야 하나, 한국기업에서의 비용선은 일정하게 증가되는 직선이고 능력선은 큰 커브를 나타내는 곡선이므로 어느 시점에서 만나게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입사 후 퇴직시까지는 보통 2번의 점합점(BEP)을 이룬다고 예상해 볼 수 있다.
제1차 BEP를 입사 2,3년 정도, 제2차 BEP를 10년 내외로 보면 대략 맞지 않나 생각된다. 이 시점을 예상하여 회사는 특별한 능력개발 정책을 사전에 강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입사 2,3년까지는 비용직선이 능력곡선을 상회하는 기간으로, 회사 이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과거 7,80년대의 한국 기업은 우수한 신입사원 유치를 위해 각 기업체가 경쟁해서 초임을 올리다 보니, 더욱 큰 초기 손실의 폭을 감수해야만 했다. 또 보직변경 후 1년 정도는 똑같은 손실기간으로 여기는 경우도 아직 있다. 그러나 미국기업은 이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든 곧바로 회사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면 한국 기업에서의 제1차 BEP 이후의 두 선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회사의 집중적인 능력향상 교육으로 종업원의 능력곡선이 계속 신장될 수 있다고 보나 무한히 증가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입사 2,3년 후 또 새로운 보직을 맡은 후 몇 년간은 능력이 놀랍게 향상한다. 그러나 맡은 직무에 익숙해져 감에 따라 초기의 의욕은 점차 줄어들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에 대한 지식, 경험이 많아 자신감은 점점 증가되지만 일에 대한 의욕은 감소되어 결국 능력곡선은 포화점에 도달한다. 이 포화점에 도달하는 기간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대략 입사 10년 내외, 동일 직종 3년 정도로 보인다. 이와 같은 포화상태를 그대로 방치해 두고 새로운 직책에서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급속히 능력곡선이 하강해 버린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할 줄 모르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고 전과 같이 업무수행을 위해 신바람나게 뛰어다니던 태도도 없어지면 전례대로 답습하는 것만이 상책이라는 무사안일한 상태에 젖어들게 된다.
5년, 10년의 세월이 또 흘러가지만 상사로부터 인정을, 부하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한다. 일을 잘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고 나아지는 것이 없다. 회사에서의 요구조건은 많아지지만 이를 수용하려 들지 않고 자기식대로 계속하게 된다. 나이는 40대 후반, 50대 초반으로 접어들면서 일에 대한 용기마저 없어지고 만다. 어떤 새로운 방법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싶은 생각이 없이 그대로 안주하려 한다. 왕년에 이룩했던 눈부신 자신의 업적을 부하에게 자랑만 하고 소일하는 ‘잔소리꾼’이 되어버린다.
이와 같이 종업원의 능력곡선은 어느 시점에 가서는 더 이상 과거의 신장세를 지속하지 못하고 감소하게 되며, 또 다시 비용직선이 이를 상회하여 회사 이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제2차 BEP가 나타나게 된다는 결론이다.

회사에서는 능력곡선이 포화점에서 내려오지 않고 계속 신장할 수 있도록 승진, 보직변경, 교육 등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동일 직무에 오래 근무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능력곡선의 감소세를, 그리고 정년을 앞둔 장기근속자의 능력곡선의 감소세를 어떻게 과거의 신장추세로 돌려놓을 것인가? 다시 말하면 능력곡선의 포화점을 얼마나 높이, 멀리가게 하느냐가 한국 기업의 경영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다. 당초의 2차 BEP를 훨씬 뒤에 조정된 2차 BEP로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풀어내야 할 신바람 관리영역이다. 무엇보다 일할 마음, 일할 의욕이 생겨나게 해야 한다. 새로운 방법을 알려고 팔방으로 뛰었던 과거의 열성이 되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일할 기분이 나고, 나지 않고에 따라 일할 의욕이 강하고 약함에 따라 능력신장의 높이와 길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회사 이익을 키우는 방법은 결국 신바람 나는 마음이 생기게 해 주는 길밖엔 없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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