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2020년 새해는 경자년(庚子年) 흰색 쥐띠 해다. ()은 흰색을 뜻하고 자()는 쥐를 의미한다.

 

올해가 쥐띠라는데 나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쥐에 관한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질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쥐벼룩이 옮긴다는 무서운 흑사병 이야기, 천정에서 몰려다니는 쥐 발자국 소리, 부엌에 둔 음식을 갉아먹은 흉한 모습, 또 쥐덫에 걸린 쥐를 보고 도망쳤던 나쁜 기억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아파트시대가 되면서부터는 쥐를 본지도 꽤 오래되었다.

 

전시장의 입구에 들어서자 수십 마리의 쥐들이 내 발자국소리를 듣자 도망치기 시작한다. 발 아래에서 뛰어다니는 쥐를 보면서 전혀 징그럽지도 무섭지도 않은 걸보니 쥐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어 놓은 영상예술의 힘에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래서 톰과 제리가 친근한 애완물인 신세대와 내가 기피하는 쥐 이미지가 다름을 느끼는 순간이기도하다.

 

쥐꼬리 만 한 월급봉투‘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쥐똥 같은 눈물’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다’ ‘쥐 잡듯 뒤지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쥐도 들 구멍 날 구멍이 있다‘ ’궁지에 빠진 쥐가 고양이를 문다‘ ’쥐구멍이 소구멍이 된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우리세대에서는 많이 듣고 또 쓰였던 쥐에 관한 속담들이 전시를 관람하면서 떠오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매해 연초가 되면 십이지 동물을 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2020년 쥐띠 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은 통일신라시대의 쥐 조각상을 비롯해 쥐를 소재로 한 부적과 그림, 쥐와 관련된 속담과 속신, 쥐에 관한 동화집, 쥐 케릭터, 쥐 관련 영상 등 평소에 보기 어려운 쥐에 관한 문화적 상징과 변화를 조명하는 특별전 '쥐구멍에 볕 든 날'(2019.12.24.~2020. 3. 1)을 열고 있다.

 

전시는 1'다산(多産)의 영민한 동물'- ‘다산과 풍요’, ‘영민과 근면등 우리 민속에 담긴 쥐의 상징과 의미를 보여주는 자료를 소개한다. 쥐는 십이지의 첫 자리를 차지하는 동물로, 방위의 신이자 시간의 신이다. 그리고 번식력이 강해 예로부터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데, 민가에서는 쥐를 의미하는 한자인 ()’자를 부적으로 붙이고 풍농을 기원한다.

 

2'귀엽고 친근한 동물'-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적 존재에서 영특하고, 민첩하며 작고 귀여운 이미지가 더하여 친근한 동물로 바뀌고 있는 쥐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텔레비전을 통해 만나는 톰과 제리’, ‘요괴 메카드시골 쥐의 서울구경’ ‘쥐와 다람쥐의 이야기’ ‘흰 쥐 이야기동화책 등의 모습을 영상자료와 장난감 등을 통해 소개한다.

 

전시장 밖 고궁마당은 대여해 입은 한복을 차려입은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다니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고 전시장은 들어 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홍보를 잘 하였다면 고궁 입장객의 1/10이 들어와 관람만 해도 전시장은 북적일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쩌면 전시내용이 좋다는 소문이 났더라면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띠를 주제로 하는 전시는 정기적인 전시다. 1년 단위의 기획이 아닌 오랜 시간의 전시준비로 서울을 대표하고 더 나아가 세계를 대표하는 주제전시가 된다면 국립민속박물관 앞은 전시를 관람하려는 사람들로 줄지어 기다리며, 경복궁을 찾는 관광객만큼이나 북적일 것 같은 그림을 그려본다. 이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앞에 많은 관람객들이 북적여 시간 제한입장이라는 팻말이 붙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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