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1(월)구십이자술 47 (나는 실패작이다)

 

나는 실패작이다.

     말을 그럴듯하게 하기 위하여 나 자신을 두고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실패작임을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젊은 날을 보냈다. 태평양 전쟁이 말기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군국주의는 아이들을 가르쳐 좋은 인간이 되게 하는 교육보다는 전쟁에 쓰일 수 있는 사람들을 양성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근로봉사라는 명목으로 평안남도 변두리 용강이라는 곳에 있는 일본의 비행장을 닦는 일에 동원되어 학생들이 단체로 그곳에 천막을 치고 한 두달 숙식을 같이하며 토목공사에 동원된 적도 있었다

      중학교 시절에 반드시 배워야 할 것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 했기 때문에 나는 모르는 일이 많다. 그 나이에 마땅히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 하고 세월이 흘러간 뒤에 보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물리, 화학은 본디 취미가 없어 열심히 배우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영어나 역사 같은 과목도 좀 더 열심히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겉핥기로 끝난 게 사실이다

      해방이 되었다. 넓은 세계로 진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초가 없어 제대로 노력해 보지도 못한 채 대학을 졸업했다.  6.25사변도 터졌으니 그런 상황에서 공부나 제대로 했겠는가. 팔자가 좋아서 미국에 유학을 갔다.  미국서 학부를 다시 밟아 학사 학위를 받았고 뒤에 다시 유학을 가게 되어  박사 학위까지 취득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교수들이 나를 동정하여 학위를 주고 졸업을 시켜준 것 같다. 명색이 미국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고 특히 전문적으로 미국의 남북전쟁과 뒤를 이은 재건에 상당한 지식이 있는 걸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는 것이 없다. 그것도 다 내 책임이다. 내가 좀 더 철저한 사람이었다면 지식이 지금의 열 배는 되었을 것이다

      두드러지게 할 일이 없고 정권의 핍박을 받아 교단에서는 쫓겨나고 마땅한 일이 없어 매일 잡문만 썼다. 내가 쓴 책이 100권은 넘는다. 오늘 다시 들여다볼 마음도 없는 무가치한 책들이다. 나는 누구를 향해서도 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지 않는다. 권할만한 가치가 없다.  나의 누님, 김옥길이 한 이 한마디를 잊을 수가 없다. “너와 나는 우리들의 실력보다 높이 평가되며 살아온 사람들이야”. 나도 시인한다. 나는 아무 것도 남기고 갈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할 때 남기면 무얼 남기겠는가. ? 지식? 불가능한 이야기다. 사업? 업적? 어림도 없는 얘기다. 셰익스피어의 한마디처럼 이렇게 왔다, 이렇게 가는 것을” (thus I come and thus I go). 그것이 나의 인생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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