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9(일) 종교도 유산이다 (817)

 

종교도 유산이다

     집이나 논이나 밭 또는 은행에 맡겨둔 현금 등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종교나 문화를 유산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1945년 해방 후에 소련군이 평양에 진주했을 때 나는 평양에 있었다. 나의 외삼촌 한 사람이 하얼빈 공대를 졸업하고 돌아와 러시아어 강습소를 하셨었는데 나는 거기 다니며 쉬운 러시아 말은 다 배웠었다. 그런 변변치 않은 러시아 말 실력을 가지고 그래도 소련 졸병과 대화도 해 보았다. 머리를 빡빡 깎은 소년병으로 겉보기에 매우 똑똑해 보였지만 그는 1225일이 무슨 날인지 모른다고 하였다. 했다. 그러나 레닌이 죽은 날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볼셰비키 혁명을 통하여 레닌은 영웅이 되었지만 오래 살지는 못했다.

     정치가 종교를 일시적으로 몰아내는 것 같지만 그 유산을 짧은 시일 내에 청산하기는 어렵다. 러시아의 붉은 광장에 세워진 정교회 사원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1917년 제정 러시아 때 일어난 볼셰비키 혁명에도 불구하고 모두 잘 보존 되어 있는 걸 보고 나도 놀랐다. 스탈린도 종교적인 부분은 어떻게 못한 것 같다.

     이 땅에는 유교와 불교의 뿌리가 천주교나 개신교 같은 신흥 종교들보다는 훨씬 깊어서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유교와 불교를 존경 하지만 나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나의 종교를 죽는 날까지 또는 그 다음 세상에도 틀림없이 간직하고 갈 것이다. 내 삶의 가장 큰 힘의 원천은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한 가지 사실이고 나를 이날까지 지탱하여 요만큼이라도 사람 구실을 하게 한 것 또한 그 이유이다. 오늘도 그 감격 속에 노년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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