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3(월) 구십이자술 27 (나의친구, 신영일)

 

나의 친구, 신영일

     내가 연희대학 문과에 입학한 것은 1946년이었다. 그 당시 연대의 기독학생운동은 매우 활발하였고 우수한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그 당시 신학부에 입학하여 두각을 나타내던 학생 중에 신영일이란 친구가 있었다. 용모도 단정하고 재능도 두드러져 그를 따르는 여학생들도 많았다. 그의 아버지는 영락교회의 장로였는데 장로 중에도 유명한 장로였고 신영일은 이미 학생시절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기독학생회에 학생대표로 참석하여 한 차례 북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만큼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연희대학을 다 마치기 전에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시(Portland, Oregon)에 있는 루이스 앤 클락 (Lewis and Clark)에 입학허가를 받아 미국 유학길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 뒤에 하버드 대학 신학과로 옮겨 졸업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무슨 사연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박사학위 코스를 밟지 않고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에 사회과학 교사로 취임하여 여러 해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쳤다. Deerfield는 전 세계 명사들의 아이들이 모이는 유명한 예비학교이다.

     그런데 묘한 일이 하나 생겼다. 그가 음악을 좋아하던 터에 피아노를 전공하는 어떤 여학생과 사랑에 빠져 소리 소문 없이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실이 그의 순진한 양심에 가책을 주어 그는 이후로 대외적인 활동을 별로 하지 않았다.

     그가 교회에 나와서 몇 마디 하게 되었을 때에도 자기는 감히 단 위에 설만한 인물이 못 된다고 끝까지 사양하고 단 아래서 한마디 하였으니 지나치게 예민한 양심도 때로는 문제가 되는 게 사실이다. 그보다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인물이었는데 스스로 절제하는 가운데 매우 평범한 한평생을 살았으니 끝까지 양심은 살아있는 친구였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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