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3(월) 구십이자술24 (나의 어릴 적 친구들 )

 

나의 어릴 적 친구들

     평양서 중학교 다닐 적에 사귄 친구 중의 하나가 서울 시장을 지낸 조 순이다. 나의 소년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친구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서로 나이가 많아 만날 일도 별로 없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평양서 다니지 않고 서울로 와서 당시 경기공립중학교에서 중등교육을 마쳤다. 해방이 되고도 오래 만나지 못하고 찾아 헤매다가 그가 강릉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지역을 수소문하여 찾을 수 있었다. 조 순은 본디 이름이 조자룡이었는데 이름을 바꾸어 찾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시절부터 나는 그가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

     또 한 사람 조용서는 함께 평양 기림리에 살았는데 그의 아담한 한옥 집에 들러본 적이 있다. 내가 평양을 떠나 평원군 영유에 있는 괴천 초등학교에 교사로 부임하여 첫 엽서를 그 친구에게 보낸 적이 있다. 그 엽서에 나 이제 따분한 신세로 전락하여 벽제의 가난한 한 촌락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다라고 적은 글 한 줄이 나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그 엽서를 쓴 지 75년이 지난 오늘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다 같은 해에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 나이로 모두 아흔세 살이다. 세 사람이 이 나이까지 살아 있다는 건 노인 치고는 건강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말이지 구십 넘은 건강한 노인이 어디 있겠는가.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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