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8(월) 구십이자술 19 (나의 영원한 스승, 백낙준 2)

 

나의 영원한 스승, 백낙준 2

     학생 때 있었던 일이다. 백 박사께서 어떤 국제회의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셔야 하는데 그 때만 해도 연희대학에 총장 전용차가 없었다. 신과대학 박상래 교수가 나를 불러 백 총장 여행에 관한 사실을 알려주면서 자네가 내일 아침 백 총장 댁에 가서 선생님의 여행용 가방을 들고 시내까지 모시고 갈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셨다.

     내가 그런 영광스런 기회를 왜 놓치겠는가. "갈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다음 날 아침 백 총장님의 북아현동 댁으로 갔다. 여행 가방을 들고 선생님을 모시고 북아현동 언덕을 넘어 시내로 가던 그 아침이 그립다. 백 총장께서는 가는 중간 중간 나를 돌아보시며 무겁지?“라고 하셨고 나는 곧 무겁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던 일도 생각난다.

     소공동에 있던 옛 반도호텔 자리에서 특별한 차량이 여의도에 마련되어 있던 간이 비행장으로 간다고 들어 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미군 병사가 피우던 담배를 땅에 던지고 밟지도 않고 그대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가까이 있던 한국인 하나가 그리로 달려가 땅에 떨어진 꽁초를 주워들어서 피우는 걸 보시다가 백 박사께서는 사람이 저렇게 자존심이 없어서야 어떻게 사람 구실을 하겠냐. 남이 피우다 던지고 간 꽁초를 주워서 피우는 자가 얼마나 한심한가라고 한마디 하셨는데 나는 한평생 그 한마디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

     선생님께서는 어려서부터 신동이라는 칭찬을 받으실 만큼 총명하셨지만 예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는 고생이 무척 많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한 번도 자세를 굽힌 적은 없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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