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2(화) 정경심이 누군데? (740)

 

정경심이 누군데?

     조선조 500년의 어느 임금님이 통치하는 나라라고 하자. 이미 세자로 책봉된 왕자의 비가 무슨 사연으로 인하여 영어의 몸이 되었다고 하자. 칠만 명 가까운 많은 백성들이 세자비의 구속 연장에 부당하다는 사유를 들어 연판장을 올렸다고 하면 그것은 누구에게 보내야 마땅한 것이겠는가. 담당 관가에 보낸다면 그 연판장을 받은 당국은 누구와 의논해야 하는 것인가.

     68341명이 서명 날인한 그 엄청난 길이의 탄원서 두루마리를 마땅히 형조판서가 들고 임금을 알현하여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끝 간 데를 모를 만큼 이렇게 길고 긴 장황한 탄원서인데 박경리의 소설 <토지>보다도 길 것으로 사료되옵니다라고 한마디 아뢰었다면 성상께서는 뭐라고 한 말씀 하셨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오늘의 세상이 왜 이 꼴이 되었는가. 억지를 써 법부장관에 임명 되었다가 견디다 못해 쓰러져 단명했던 장관의 부인이 오늘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는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 어찌하여 세자비 못지않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소설도 쓰고 시도 쓰고 이름 석 자도 어지간히 알려진 사람들의 그 많은 서명 날인을 받는 이 나라에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아예 이 시대를 왕조시대라 하고 대통령으로 하여금 삼권분립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라고 선언하게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오천만 동포가 지켜보고 있는데 그런 연극을 서슴지 않고 벌이는 그 진의가 나변에 있는가?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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