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6(토) 시들지 않는 꽃은 꽃이 아니다 (544)

 

시들지 않는 꽃은 꽃이 아니다

내 생일에 선물로 받은 난 화분 하나를 서재에 들여다 놓고 매일 바라본다. 신기한 빛깔의 양란이다. 그런데 그 꽃송이가 매일 조금씩 시드는 것을 볼 때 내 마음이 서글퍼진다. 벌써 꽃 두서너 송이가 시들어 떨어져 버렸다. 우리 시조에 이런 시조가 있다.

             

             간밤에 부던 바람 만정도화 다 지졌다

             아해는 비를 들어 쓸으려 하는구나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 하리오


누가 읊은 시조 한 수인지는 모르지만, 한 선비의 마당에 심은 복사나무 꽃이 피었다가 지난밤에 바람이 심하게 불어 꽃잎이 다 떨어졌다. 심부름하는 아이는 선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빗자루를 들고 마당에 깔린 꽃잎을 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광경에 마음 아픈 선비는 이 사람아, 땅에 떨어진 꽃도 같은 꽃이야. 그걸 왜 쓸어버리려고 하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당쟁을 일삼던 선비들의 꼴은 보기 싫지만 그들 가슴 속에 그대로 살아있던 시적인 정취는 오늘도 내 가슴을 친다.

 

우리는 오늘 조화만 흔한 세상에 산다. 조화가 생화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예뻐도 조화는 조화이다. 조화는 나도 싫다. 미인도 꽃이라면 그 아름다움도 세월이 가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양귀비는 어디 갔나. 서태후는 어떻게 되었나. ‘주증녀김순애도 간 곳이 묘연하다. ‘최은희의 꽃잎도 떨어진 지 오래다.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을.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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