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8(화) 똥 뭍은 개와 겨 뭍은 개 (526)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

요새는 집에서 마당 한구석에 개를 묶어 놓고 기르는 집은 드물다. 현대인들이 애지중지하는 개는 모두 이른바 애완용이다. 그래서 사람 보다고 월등하게 호강하는 개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 애완용 개들은 털을 깎거나 손발톱을 다듬으러 미용실에 간다고 한다.

 

옛날에는 오뉴월에 개팔자라는 속담이 있었는데 요새 그런 말을 하면 잘 사는 견공들에 대한 모욕이 될 것 같다. 그런 시대의 흐름을 나는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개보다 못한놈이라는 욕은 이젠 써 볼 수도 없다. “개보다도 못하다니, 개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그건 개를 업신여기는 말이지요.그렇게 말하는 개 주인을 나도 만나본 적이 있다. 얼마나 개를 존중하는지 그런 식으로 개가 화제에 오르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는 뜻이다.

 

개는 사람보다 정직하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속담에 기르던 개에게 손가락을 물린"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 같은 개들의 전성시대에는 그런 말은 불경스러운 말이 될지도 모른다. 인권은 무시되고 견권은 높임을 받는 그런 세상에 살기도 싫다.

 

옛날에는 똥 묻은 개가 있었다. 겨 묻은 개도 있었다. 어느 쪽이 나은가? 겨 묻은 개가 나을 것이다. 똥 묻은 개는 냄새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 그렇다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러나 바라건대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보다도 천시되는 세상을 나는 원치 않는다. 똥 묻은 개는 때리지는 말고 강가에 끌고 가서 씻어 주어라. 그리고 계속 밖에서 키워라.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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