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3(월) 소리 안 나는 총이 있다면 (399)

 

소리 안 나는 총이 있다면

우리가 아주 어렸을 적에 어른들이 이따금씩 하던 말 가운데 인상에 남는 한마디가 있었다. 그 한마디는 다름 아닌 소리 안 나는 총이 있다면이란 것이었다. 그 때에 총이라면 쏘면 으레 꽝하는 소리가 나기 마련인데, 소리 안 나는 총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어른들은 아주 고약한 놈을 볼 때마다 소리 안 나는 총이 있으면이라고 했으니 그게 무슨 뜻이었을까. 죽이고 싶도록 미운데 차마 죽일 수는 없었던 터라 만일 방아쇠를 당겨도 총성이 들리지 않는 그런 총이 있다면 그놈을 그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는 뜻이 분명했다.

 

나도 그 언어 유산을 은근히 받아들여 가끔 그 소리 안 나는 총을 찾는다. 특히 요즘 정치판을 보면 살려둘 수 없는 자들이 여럿 있는데 끝까지 참아야 하니 나의 심정이 괴롭기 짝이 없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을 하고도 일자리는 늘리지 못하고 세금만 올리고 있으니 국민은 답답하고 억울하기만 하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이 간절한데도 집 한 칸도 아들딸들에게 물려주지 못하는 마음이 어떻겠는가.

 

과다한 재산세니, 상속세니 하는 악귀들이 “Home Sweet Home”을 매일같이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어들이고 무리하게 재물을 빼앗는다는 가렴주구를 하는 자들이야 말로 우리로 하여금 소리 안 나는 총을 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농담 아닌 진담이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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