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3(화) 민립대학의 총장이 되어 (64)

 

큰 방으로 옮겨가서 나는 학생들과 숙식을 같이 하며 감방의 교수가 된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세계사를 강의 하고, 영시도 가르치고, 일요일이 되면 예배도 같이 보며 피차에 상상하기 어려운 특이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 생활을 여러 날 계속하게 되니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학생은 없어졌고, 서울 상대에 다니다 붙잡혀 온 김병곤은 “선생님, 이 대학이 바로 우리 선배들이 일제 때 세우려다가 실패한 민립대학이군요?”라고 하였다. 물론, 1920년대 초 일제의 식민지 우민화 교육에 맞서 우리 민족의 손으로 대학교를 세우려던 민립대학설립운동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방해로 실패하였다.

그러나 1974년 안양 교도소 안에 설립된 민립대학의 학생은 모두가 국비 장학생들이었다. 등록금은 한 푼도 내지 않고, 교도소 당국에서 옷도 입혀주고, 밥도 먹여 주고, 잠자리도 마련해 주니 더 바랄 것이 없는 좋은 대학이 아닌가? 학생들 중에는 서울대를 갓 졸업한 사람들도, 숭전대학을 오래전에 졸업한 사람도 있었다. 그 외에는 연세대, 고려대, 외국어대, 전남대 학생들이었는데, 그렇게 숙식을 같이 하는 학생과 교수 사이가 되었으니 얼마나 훌륭한 인연인가?”

일요일이면 교도관들의 간곡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그 감방에서 우렁차게 찬송가를 부르는 소리가 드넓은 교도소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인생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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