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2(월) 교수 죄수의 역할은? (63)

 

나만 안양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유신 체제를 반대하여 시위에 가담했던 열성분자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잡혀 와 있었다. 모두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어서 교도관들에 대해 불평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사사건건 교도소 당국의 처사에 항의를 하거나 야단스럽게 굴어서 교도소 당국도 매우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독방에 있던 내가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교도관들을 괴롭히는 것은 너희들이 할 일이 아니다. 너희가 단식 투쟁을 하거나 그와 유사한 과격한 행동을 하면, 주어진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교도관들을 매우 난처하게 만든다. 너희들이 반대하는 궁극적 목적은 군사 독재를 감행한 대통령 박정희일 뿐이다. 어쩌자고 교도소장, 보안과장, 교도관들의 입장을 어렵게 만드는 행동을 하고 있는가? 그 상대가 누구이던 투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너희가 맞서서 싸워야할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다.”

그래도 내 부탁은 다소간의 효과가 있어서 학생들의 극한투쟁은 더 이상 계속되지 않았다. 그리고 교소도 당국이 그 학생들을 모두 한 방에 합방하게 할 터이니 나 더러 그 큰 감방으로 옮겨가서 지도 교수가 되어 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같은 죄수지만, 교수 죄수의 입장은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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